✦ 곡 이야기
인류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님의 거대한 구속사적 드라마 속에서 출애굽기 6장 1절은 인간의 전적인 무능력과 절망이 극에 달한 시점에 성취된 하나님의 주권적 선포이다.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여 바로에게 나아가 이스라엘의 해방을 요구하였으나, 그 결과는 제국의 억압과 고난이 배가되는 처참한 현실이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자신들의 영적 지도자를 원망하였고, 모세 역시 "어찌하여 이 백성이 학대를 당하게 하셨나이까"라며 하나님을 향해 격렬한 탄식과 의구심을 쏟아내었다.이러한 모세의 절망적 한계 상황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으로 폐허가 된 히로시마의 한복판에서 관찰된 생명력의 역설과 맥을 같이한다. 원폭 투하 몇 주 후 폐허의 잔해와 재 속에서 도무지 자라날 수 없을 것 같았던 푸르고 싱그러우며 낙관적인 초목의 싹이 대지를 덮기 시작했는데, 이는 보이지 않는 지하의 식물 기관들이 폭발의 충격 속에서도 온전히 보존되어 있었기 때문이다.이와 마찬가지로 수백 년에 걸친 이집트의 잔혹한 노역과 박해라는 어둠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일찍이 족장들과 맺으셨던 언약은 백성들의 고통스러운 역사 밑바닥에 '청록색의 신실한 희망'으로 고스란히 살아 숨 쉬고 있었다.역사적 신학자 존 칼빈은 모세가 겪은 고통의 깊이를 인정하면서도 창조주를 향해 불평을 쏟아낸 그의 성급함과 쓴 뿌리를 엄격히 지적하였으나, 성경의 내러티브는 하나님께서 모세를 즉각적으로 책망하시는 대신 오히려 은혜와 주권적 약속을 확인하셨음을 증언한다. "이제 내가 바로에게 하는 일을 네가 보리라"는 말씀은 인간이 자기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는 Rock-Bottom의 자리에서, 오직 하나님의 신실한 팔만이 구원의 역사를 주도하실 것임을 선포하는 대전환점이다
